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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꽃에 내린 은총

서포 김만중을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쓴 황 선생의 문장이 행을 갈라 시로 삼아도 좋을 만큼 참 곱다. 나는 두 글자를 지우고 한 글자를 채워서 이렇게 읽었다. 포구에서 바라보는 노도 앞 바다 산그늘과 아침 햇살로 반짝이는 윤슬이 손을 마주 잡고 있다. 동백이 꽃망울로 봄을 기다리고 바닷물은 산빛을 품어 짙푸르다. 눈앞에 하늘과 산과 물만 보이는데 홀로 바람 앞에 선다. 여행을 떠나서도 황 선생은 누군가를 불러내어 “손을 마주 잡”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. 내가 보기에 󰡔예찬󰡕과 󰡔은총󰡕에 실린 글들은 내면의 탐색이라기보다 관계의 설정에 더 몰두하고 있다. 그런 마음이 다음과 같은 고백을 만든다. “어수선한 마음을 붙들어 주는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. 이 끈으로 저는 올..
서포 김만중을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쓴 황 선생의 문장이 행을 갈라 시로 삼아도 좋을 만큼 참 곱다. 나는 두 글자를 지우고 한 글자를 채워서 이렇게 읽었다.

포구에서 바라보는 노도
앞 바다 산그늘과
아침 햇살로 반짝이는 윤슬이
손을 마주 잡고 있다.
동백이 꽃망울로 봄을 기다리고
바닷물은 산빛을 품어 짙푸르다.
눈앞에 하늘과 산과 물만 보이는데
홀로 바람 앞에 선다.

여행을 떠나서도 황 선생은 누군가를 불러내어 “손을 마주 잡”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. 내가 보기에 󰡔예찬󰡕과 󰡔은총󰡕에 실린 글들은 내면의 탐색이라기보다 관계의 설정에 더 몰두하고 있다. 그런 마음이 다음과 같은 고백을 만든다. “어수선한 마음을 붙들어 주는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. 이 끈으로 저는 올해를 뜨개질할 것이며 이 가느다란 끈의 궁극은 사랑하는 그분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.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입니다. 가까운 이부터 모든 것의 최우선에 정을 두고 바라보자는 것이지요.” 그런 마음이 마을 주변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.
- 정철성(문학평론가)
전북 익산시 황등중고등학교에서 국어과 교사를 하고 자녀를 키웠다. 다시 공부하여 원광대, 전북대, 전주대, 우석대 등에서
국어국문학 관련 과목을, 유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다. 현재는 책읽기와 글쓰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.
· 계간 『시대문학』 (현 문학시대), 1996년 봄호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수상, 등단
·『전주신흥교회사』 (공저), 신아출판사, 2001.
·『자유인』-나의 아버지 황순재 (공저), 신아출판사, 2014
·『보랏빛예찬』 소소리사, 2023.
·『가을꽃에 내린 은총』 소소리사, 2024.
·문학동인 <글벗> 회장 역임
·현) 전북작가회, 전주문인협회, 문학시대 수필가회, 표현문학회 · 금아 티천득 기념사업회 이사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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